약샘

옛 의학책에서 최상품으로 치는 약초 - 석창포

심춘 2006. 2. 22. 08:21

 


석창포는 옛날부터 두뇌를 총명하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하며 기억력을 좋게 하고 오래 먹으면 늙지 않고 신선이 된다고 전해오는 약초다.  도가道家의 경전을 집대성한 책인 (道藏)에는 석창포를 먹고 신선이 된 사람의 얘기가 여럿 나온다.

  (열선전 列仙傳)에 ‘상구자’라는 사람이 일흔 살이 되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살았는데 조금도 늙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은 기이하게 여겨 그를 찾아가 늙지 않는 방법을 물었다.  상구자는 “백출과 석창포 뿌리를 먹고 물을 마시만 하면 이처럼 배고프지도 않고 늙지도 않소.”라고 대답했다.  황실의 귀인들과 부호들이 그 말을 듣고 백출과 석창포 뿌리를 구하여 먹었지만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 두었다.  자신들이 게으르고 싫증난 탓인데도 숨겨 둔 다른 비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3백 년 동안 사람들 속에서 살다가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  

  또 (포박자抱朴子)에는 “한중이라는 사람이 12년 동안 석창포 뿌리를 먹었는데 옴몸에 털이 나고 겨울에 속옷만 입어도 춥지 않았으며 하루에 만 자가 넘는 글을 쓸 수 있었다.”고 적혀 있다.

  석창포는 (신농본초경)을 비롯해 (본초강목), (향약집성방), (동의보감) 같은 옛 의학책에 늘 첫머리에 실려 있는 약초다. 상약(上藥), 상품(上品) 약초 중에서도 최상품으로 치는 약초인 것이다.

  석창포는 뿌리 줄기를 봄이나 가을철에 캐서 잘게 썰어 그늘에 말려 약으로 쓴다.  햇볕에 말리면 약성이 날아가 버린다.  석창포 뿌리줄기는 땅 밖으로 드러나거나 얕게 묻혀 있는데 두껍고 옆으로 뻗어 있으며 마디가 많다.  1촌 9절 또는 1촌 12절이라 하여 마디 사이가 짧은 것일수록 약효가 높다.

  (도장)에는 석창포의 약성에 대한 다음과 같은 얘기가 있다.

“석창포는 온갖 물풀의 정기가 모인 것으로 신선이 되게 하는 영약이다.  쌀뜨물에 담가 하룻밤을 두었다가 껍질을 벗기고 말려 곱게 가루를 만든다.  이 가루 한근을 찹쌀 죽에; 넣고 끓여 꿀을 넣고 반죽하여 오동나무씨만하게 알약을 지어 자루에 담아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어 말린다.  이것을 날마다 아침에 20개씩 먹고 저녁에 잠자기 전에 30개씩 먹는다.  한 달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되고 두 달을 먹으면 담이 없어진다.  5년을 먹으면 흰머리가 검어지고 골수가 차며 얼국빛이 고와지고 빠진 이가 다시 돋는다.  오래 먹으면 늙지 않고 추위와 더위를 타지 않는다.”

  (선신은서仙神隱書)라는 책에는 또 이렇게 적혀 있다.  “석창포 화분을 책상에 두고 밤을 새워 책을 읽어도 등잔에서 나오는 연기를 석창포가 다 빨아들이므로 눈이 피로하지 않다.  또 석창포 화분을 별이 잘 보이는 바깥에 두고 아침마다 잎 끝에 맺힌 이슬로 눈을 씻으면 눈이 밝아져서 오래 지나면 한낮에도 별을 볼 수 있다.”

  (천금방千金方)이라는 중국 의학책에는 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1촌에 아홉마디가 있는 석창포를 백일 동안 그늘에서 말려 가루를 내어 한 번에 한 숟가락씩 하루 세 번 먹는다.  오래 먹으면 귀와 눈이 밝아지고 머리가 총명해지며 기억력이 좋아진다.”


암세포를 죽이는 효과


석창포는 항암효과도 상당히 세다.  석창포를 달인 물이 암세포를 죽인다는 것이 밝혀졌고, 민간에서는 갖가지 암 치료약으로 쓴다.  중국에서의 실험결과 강한 발암독소가 있는 균을 100퍼센트 억제할 뿐만 아니라 누런 누룩 곰팡이 같은 곰팡이도 90페센트 이상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동물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뚜렷한 항암작용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석창포에 들어 있는 정유 성분이 뚜렷한 진정작용을 하므로 마음이 불안하고 약해지기 쉬운 암환자들에게 더욱 좋다.  석창포를 오래 달이면 정유 성분이 날아가 버리므로 오래 달이지 않는 것이 좋고 다른 약재와 함께 달일 때에는 제일 마지막에 넣어야 한다. 

  갖가지 암 치료의 보조요볍으로 석창포 10그램을 달인 물을 하루 네 번 나눠 마시면 좋다.  자궁암에는 석창포와 보골지를 각각 반씩 섞어 가루 내어 한 번에 6그램씩 석창포 달인 물과 함께 먹거나 석창포를 우려낸 술과 함께 먹는다.

  석창포와 함께 짚신나물, 삼백초, 느릅나무 뿌리껍질, 꾸지뽕나무, 일엽초, 겨우살이, 마름열매, 부처손, 천문동, 산죽잎, 청미래덩굴 뿌리, 대추, 생강, 감초 등을 함께 달여서 차로 수시로 마시면 갖가지 암치료에 효과가 매우 좋다. 

  이들 약재는 반드시 우리나라에서 자란 토종이라야 제대로 효과가 나고 중국에서 수입한 것은 별 효과가 없다.  다만 감초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재배하지 않으므로 중국산을 쓴다.  이들 약재 중 서너 가지를 빼고는 거의가 민간약재들이므로 한약건재상 같은 데서는 구하기 어렵고 직접 산에 가서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병이 있으면 약도 있다. 약이 되는 우리 풀, 꽃, 나무 2권 75-86면 약초연구가 최진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