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속의 창고

[스크랩] 고조선 풍류도 - 퍼옴

심춘 2008. 7. 19. 07:23
시공을 초월한 ‘풍류도’… 그 속엔 소우주가 있어
[편완식이 만난 '이 시대의 풍류'] 고조선 무술 계승자 한명준
  • ◇북한산에 올라 고조선무술로 몸을 풀고 있는 한명준씨. 그는 무술은 자연과의 대화라고 말한다.
    춤을 추듯 부드럽다. 수많은 동작들이 몸에서 덩실덩실 터져 나온다. 한 마리의 나비처럼 허공을 주유하는 공간의 안무자다. 바람에 풀잎 흔들리듯 몸도 하나의 파동이 된다. 어찌보면 사뿐한 걸음걸이다.

    새벽 6시 서울의 한 지하공간. 고조선무술 계승자 한명준(49)씨가 매일 아침 무술을 수련하는 곳이다. 4시간에 걸쳐 몸을 푼 그의 모습은 지친 기색은커녕 가벼운 산보에서 막 돌아온 이 같다. 이마에 땀방울조차 볼 수 없다. 그에게 무술은 밥먹듯이 하는 가벼운 일상사나 다름없다.

    무술은 그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길이다. 청년기에 고시공부를 하겠다고 여기저기 산으로 떠돌던 그는 30대 초반 신림동 고시촌에서 오행생식의 창안자 김춘식 선생을 만난다. 그의 문하에서 보내면서 동양의학에 눈을 뜨게 된다. 어느 날 스승은 이제 내경은 그만 닦고 외경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궁중무술 등 닥치는 대로 배워 보았지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1년 인사동을 거닐다 그는 ‘운명’을 만난다. 걸인 스님 원광(속명 손은식·1946∼2007)이다. 인사동 찻집과 조계사 앞에서 늘 걸인의 모습으로 앉아 있었던 인물이다. 원광은, 때론 아코디언이나 대금을 불며 거리의 악사가 되기도 했다. 특이한 몸의 자세와 맑은 눈, 빛이 나는 얼굴에서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그는 단박에 알아 버렸다.

    그는 원광에게 물었다. “스님 여기서 무엇 하십니까.” 그의 대답은 “그대를 기다렸노라”였다. 신화적 얼개 같지만 그렇게 인연이 됐다. 원광은 그를 인사동 일대의 공원 공터로 데려가 무술을 가르쳤다.

    원광은 어린 나이에 어머니 손에 이끌려 태백산 암자에 맡겨진다. 그를 받아 준 인물은 풍류도의 맥을 잇던 청운대사였다. 원광은 청운으로부터 풍류도가 고조선으로부터 비전되어 내려온 무술이란 이야기를 듣는다. 풍류도를 익힌 원광은 전국 사찰을 주유하며 떠돌았다. 어느 시절부터인가 원광은 인사동의 걸인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그를 정신이 돈 땡초쯤으로 여겼다. 왜 그런 모습으로 사는가 한씨가 물었다. “낮은 자세로 앉아 있어야 알게 된다”는 답만이 돌아왔다.
    ◇고조선무술을 전수해 준 원광선사. 생전에 그는 인사동 걸인으로 살아갔다.

    원광은 “중국 무술이 200수인데, 고조선 무술엔 12만수가 있다”며 “고조선무술은 왕들에게 가르쳤던 무술로 달빛 아래서 남모르게 일대일 전수되었다”고 알려줬다. 한씨도 그렇게 원광에게 배웠다.

    지난해 3월 원광이 타계하면서 한씨는 그의 유품을 이어 받았다. 각종 무술용 무기에서부터 그가 즐기던 대금 등의 악기와 수집해 놓은 수석 등을 수련장에 가져다 놓았다. 유품 중엔 천문도와 고구려벽화도 있다. 그는 원광에게 전수 받은 고조선 무술 중에서 우선 100수 정도를 책으로 엮어 낼 예정이다. 3000여수는 한창 정리 중에 있다. 세계문화유산이란 차원에서 가꿔 갈 생각이다.

    고조선 무술을 복원하기 위해 그는 그동안 원광에게 배웠던 제자들까지 찾아가 많은 수를 전수 받았다. 그는 수련 중 가끔 꿈 같은 영상을 본다고 했다. 말이 달리고 깃발이 보이고 함성소리가 들렸다. 흡사 고구려벽화의 모습이다. 스승 원광은 그럴 때마다 그렇게 알아 가는 거라 했다.

    불상의 양손을 이용한 다양한 포즈와 모습도 고조선 무술의 동작이란 것을 알게 됐다. “그런 각양의 수를 알고 체험하는 것이 수행이지요.” 그는 몸 스스로가 기화돼서 나오는 것이 바로 비천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조선 무술이 흥하던 시절엔 중국과의 관계에서 늘 우위에 서 있었다고 강조한다. “관념적인 불교와 유교가 중국에서 들어오면서부터 상황은 역전됐습니다. 현실적인 체화의 핵인 무술이 약화됐기 때문이지요.” 그는 그것이 바로 중국의 ‘정신적 동북공정’이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무술은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동작 하나 하나에 의미가 있어야지요.” 손가락, 발가락, 팔다리가 세 마디인 것은 자연의 음과 양, 중이 표현된 것이 듯이, 무술 하나의 동작은 모두 자연의 흐름을 형상화한 것이란 얘기다.

    “무술은 직선이 모여 곡선이 돼야 합니다. 각 안에서 원을 찾는 것이 무술이지요.” 원은 자연이니 몸으로 자연을 찾는 것이 무술의 목적이라는 얘기다.

    “우리의 움직임, 그 기체 흐름은 어딘가에 저장돼게 마련입니다. 같은 동작을 하면 그 기체 흐름을 받게 돼 있습니다.”

    전통이 자신의 몸에 구현되면 힘을 받는 이치도 같은 원리다. 어떤 에너지장에서 그에 맞는 조상의 에너지가 구현되는 것처럼, 흔히 말하는 동기감응이다.

    “우리 인체엔 24경락이 있고 그것을 연결시켜주는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기경팔맥이 있습니다. 이것을 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풍류도로 알려진 고조선 무술의 수련입니다.” 그는 풍류도는 인체에 천기회로를 만드는 것이니 수많은 자세와 형으로 인체에 천기회로를 만들면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길이 머리에 새겨져 제3의 눈이 열린다고 설명한다.

    “기의 산만함을 잘 융합해서 기운을 살피는 것이 마음의 등불을 밝히는 것입니다. 거듭되는 수련 속에서 어둠이 깔린 부분이 밝혀지면 기혈이 완화되고 자신의 형에서 바라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다른 형식으로 볼 수 있게 개안이 됩니다.” 그는 고조선 무술이 지도자의 무술로 전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내공이 없는 형은 설익은 밥과 같지요. 몸 안에 모든 기운이 우주의 기로 가득 채워졌을 때 저절로 그 기운이 우주의 바깥으로 터져 나와 공을 만들고 몸은 형으로써 연마가 됩니다.” 내공과 외공이 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는 내공이 없는 무술은 강바닥이 말라 갈라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는 이해하기 어려운 많은 말을 했다. 그러면서 계룡산과 태백산의 많은 풍류도맥들이 박정희 정권 때 미신타파라는 미명 하에 사라진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조선시대에는 왕권찬탈의 위험이 있다고 해서 핍박을 받았다고 했다.

    “풍류도를 수련하는 사람들이 비주류 인생들로 전락하면서 한국사는 약자의 설움으로 점철됐습니다. 고조선 무술이 세계평화를 선도할 요소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우리 민족에게는 축복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스승 원광 선사가 인사동 걸인으로 살아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시대의 아픔이자 한민족의 슬픔이라 했다. “이제는 우리가 잊거나 잃어버렸던 ‘버려진 것’들에서 이 민족의 진주를 찾아 내야 합니다.”

    비가 쏟아지는 날 그가 북한산을 오른다. 푸른 숲을 배경 삼아 그가 고조선 무술의 기본동작인 태공유수와 반태신장으로 몸을 푼다. 빗줄기와 바람을 벗 삼아 춤을 추듯 노니는 형국이다.

    문화전문기자 wansik@segye.com
출처 : 『Alien Technology』
글쓴이 : chyre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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